(경인미래신문=민경호 기자) 인천광역시가 화학물질 오인과 오주입 사고를 예방하는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안전신호등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 희망 민간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4일 밝혔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같은 화학물질에 동일한 전용색상을 지정해 저장탱크부터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일관되게 표시하는 예방체계다.
물질별로 서로 다른 전용 연결장치도 설치해 작업자가 약품을 잘못 확인하더라도 오주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중으로 차단한다.
시는 공공시설과 민간사업장의 적용 결과를 토대로 업종·시설별 적용기준과 유지관리 방법을 정립하고, 향후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오주입으로 작업자 29명 부상
사업 추진의 계기는 2025년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였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작업자 4명이 다쳤다.
같은 해 9월에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염소산나트륨을 염산 저장탱크에 오주입해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학물질과 주입구를 잘못 확인한 순간의 착오가 유독가스 발생과 다수의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인천시는 이러한 사고를 작업자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작업자에게 주의를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작업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화학사고 예방정책을 전환했다.
인천 화학사고 49건… 5명 사망·92명 부상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총 49건이다. 이들 사고로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시설 결함과 안전기준 미준수가 각각 23건으로, 두 원인이 전체 사고의 93.9%를 차지했다.
특히 2025년에는 8건의 화학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최근 12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학사고는 대규모 설비 파손뿐 아니라 배관이나 주입구를 잘못 확인하는 작은 실수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서로 반응하는 물질이 혼합되면 유독가스와 고열이 발생하고 화재나 폭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장의 화학물질 표시방식은 사업장과 시설마다 다르다.
저장탱크에는 물질명이 표시돼 있지만 배관에는 흐름 방향만 표시되거나, 밸브에는 관리번호만 부착된 사례가 있다.
주입구에 물질명이 없거나 오래된 라벨만 남아 즉시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같은 약품은 같은 색… 전용커플링으로 이중 차단
인천시가 도입한 안전신호등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초록색, 황산알루미늄은 파란색, 수산화나트륨은 노란색 등 같은 화학물질에 동일한 색상을 적용한다.
저장탱크뿐 아니라 배관과 밸브, 주입구까지 같은 색으로 표시해 작업자가 화학물질의 저장·이송·주입 전 과정에서 취급물질을 직관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현장 여건에 따라서는 물질별 전용커플링도 적용한다. 연결구의 직경이나 나사산, 핀 또는 키의 위치를 다르게 만들어 서로 다른 화학물질의 배관과 주입호스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작업자가 색상이나 물질명을 잘못 확인해도 연결 단계에서 오주입을 다시 한번 차단할 수 있다.
안전신호등은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사업이 아니다.
현행 법령에 따른 취급기준과 경고표지, 안전교육, 시설검사,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면서 시각적 식별체계와 물리적 연결 차단 장치를 추가하는 예방정책이다.
공공시설 103곳 개선… 올해 민간사업장 컨설팅
인천시는 2025년 8월 공촌사업소 사고 직후 화학물질 사고 대책회의를 열고 유사 사고 재발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17일부터 11월 6일까지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전수 점검했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차아염소산나트륨과 황산알루미늄, 수산화나트륨 등 15종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총 103개 시설의 개선을 완료했다.
약품탱크와 주입구에는 화학물질명과 전용색상을 표시하고 주입구에는 명패와 시건장치를 설치했다.
탱크 주변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 보관함을 배치하고 약품 주입 사실을 주변 작업자에게 알리는 회전경고등도 설치했다.
시는 지난 7월 20일 관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교육에서 안전신호등의 취지와 적용 방법을 안내했다.
앞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민간사업장에는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전문가는 사업장의 취급물질과 저장·이송 공정을 점검하고 오주입 가능 구간과 기존 표시상태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사업장 여건에 적합한 색상표시와 전용 연결장치 적용 방안을 제시한다.
인천형 화학사고 예방모델, 국가표준 추진
인천시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민간사업장의 현장 적용 결과를 축적해 업종과 시설별 적용 방법, 유지관리 기준을 정립할 방침이다.
2027년 이후에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화학물질별 시각적 식별체계 도입 ▲저장탱크·배관·밸브·주입구의 일관된 표시기준 마련 ▲오주입 방지 전용 연결장치 적용 등이 국가 법령과 안전관리 지침에 반영되도록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현장 개선으로 연결하고 공공시설에서 먼저 실증한 뒤 민간사업장과 국가제도로 확대하는 상향식 화학사고 예방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은주 인천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에게 더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시설에서 시작한 현장 실증을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이어지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