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미래신문=민경호 기자) 경기연구원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날 경기도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내 고속도로를 활용한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제안했다.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는 고속도로 지하 송배전관로와 유휴부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경기도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28만 5000GWh로 현재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전력 생산뿐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송전망 확보도 과제로 제시됐다.
대규모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할 경우 주민 반대와 토지 보상 문제로 입지 선정에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연구원은 국가가 확보한 고속도로 부지를 활용하면 사유지 보상과 주민 갈등을 줄이면서 지하에 송배전관로를 설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해안 간척지인 시화·화옹·평택호에서 생산될 약 3GW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경기 남부로 보내는 경로로는 서해안·평택시흥 고속도로를 제시했다.
연구보고서는 고속도로를 활용할 경우 기존에 평균 13년가량 걸리던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5~7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되는 용인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 시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방안도 포함됐다. 도내 고속도로 비탈면과 성토부, 방음벽 등 약 840km 구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588MW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고, 연간 773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제시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거점에는 4MW급 대용량 ESS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전력 소비가 많은 밤에 공급하면, 기존 배전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태양광 전력 한계가 14MW에서 18MW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구상은 지역 주민이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모델로도 제시됐다.
도민이나 지역 주민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자로 참여하고 태양광 발전 수익을 정기적인 배당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연구보고서는 주민참여형으로 추진할 경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고, 주민이 사업의 주주이자 이해관계자로 참여해 입지 확보와 수익 창출, 주민 수용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의 3자 협력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경기도는 정책 총괄과 국가 전력망 계획 반영을 맡고,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부지와 관로를 제공하며, 한국전력공사는 송전 병목 해소와 완성된 전력망 인수를 담당하는 구조다.
1단계 사업으로는 서해안 간척지 태양광을 연결하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 시범사업을 제시했다. 이후 경부·영동고속도로 등 경기 남부와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패는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고속도로를 활용한 에너지 망 구축은 주민 갈등과 토지 보상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가 함께 참여하는 전담 추진체를 조속히 구성하여, 서화성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도로가 '친환경 에너지의 혈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조기 착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