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꼭 막힌 교차로를 비집고 들어오는 얌체 운전자. 신호가 바뀌기 무섭 게 달려 나가는 무단횡단 보행자. 전봇대마다 어지럽게 붙은 불법 광고물. 눈 살을 찌푸리게 하는 호객행위와 밤늦은 음주소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봉투.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제는 무뎌져 버린 일상의 풍경 입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무질서가 모여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만들어 내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불법 주정차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이웃 간의 얼굴을 붉히게 만듭니다.
이러한 무질서가 만연한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악순환을 낳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부조리함이 팽배해지고, ‘왜 나만 지켜야 하는가’ 하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 이론에 따라, 경미한 위반 행위부터 바로잡으려는 것입니다. 그 영향으로 CCTV가 늘고 과태료 단속도 강화되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단속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무질서가 여전하며, 외부의 감시에만 의존하는 질서는 진정한 사회적 약속이라 부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속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해답은 '나부터 먼저'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회복에 있습니다. 기초질서는 법전 속에 박제된 딱딱한 규칙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을 위한 '배려'이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는 작은 여유, 내가 만든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당연한 책임감,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지금 내 자리에서 지키는 작은 약속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경찰에서는 지난 7·8월의 홍보 기간을 거쳐 9월부터는 기초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캠페인과 함께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약속인 '기초질서'를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