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미래신문=민경호 기자) 부천시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시청 일대에서 시민참여 행사를 열고 광복의 의미를 나눴다.
전통 의전 형식을 넘어선 뮤지컬 경축식, 온라인 챌린지에 이은 플래시몹 공연을 비롯해 전시·그림대회, 체험 부스 등을 통해 광복절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아울러 한국만화박물관, 부천문화재단 등 관계기관에서도 시민들이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 뮤지컬로 선보인 광복절 경축식·교사와 학생이 함께한 플래시몹 공연에 관객 환호
부천시는 15일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전통 의전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공연형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부천의 항일역사를 창작 뮤지컬로 재현하고, 이를 경축식과 결합한 새로운 시도였다.
공연은 ‘소사역에서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소사역(현 부천역)을 배경으로 1919년 소사리 만세운동, 1927년 소사역 하역 노동자 동맹파업, 1945년 광복에 이르는 여정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부천시에서 일어난 항일투쟁을 주제로 해 시민의 자긍심과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묵념, 내빈 소개, 경축사 등 공식 의례를 극 중 장면 속에 녹였고, 배우들이 주요 내빈을 자연스럽게 무대에 오르게 하는 등 공연과 의식을 하나로 결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조용익 부천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도 극 중 인물로 참여해 태극기 수결, 경축사, 만세삼창 장면을 연기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출연진과 경축식에 참여한 500여 명의 시민이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과거와 현재,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80년 전의 함성이 부천시청을 가득 메웠다.
경축식 이후에는 ‘부천나라사랑 챌린지 플래시몹’ 공연이 펼쳐졌다. 부천시는 지난 7월 춤추는 교사로 알려진 부천초등학교 이현길 선생님과 소셜미디어(SNS)에 20초 안팎의 안무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를 진행한 바 있다. 광복절 당일에는 이를 현장에서 재연하며 온오프라인을 잇는 시민참여 무대가 꾸며졌다.
특히 경축식과 플래시몹 공연에는 카자흐스탄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2023년‘부천시와 고려인협회 간 나눔의료 협약’의 일환으로 방문했으며, 앞으로도 부천시와의 교류·협력 관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 시민 남녀노소가 부천시 전역에서 즐기는 축제의 장…광복의 의미 되새겨
세대와 연령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민참여 행사도 부천시 전역에서 열렸다.
15일 잔디광장에서는 제17회 펄 벅 탄생 기념 그림그리기 대회가 개최됐다. 만 5세부터 중학생까지의 참가자들이 펄 벅의 인도주의 정신과 광복 메시지를 그림에 담았다. 광복 퀴즈 미션을 결합한 물총놀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호응을 얻었다.
부천문화재단과 소사청소년센터는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태극무늬 꽃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 부스를 준비했다. 특히 국가보훈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소사청소년센터 ‘숨은 독립 영웅을 찾는 히스토리 메이커(History Maker)’ 부스에서는 청소년들이 제작한 우드 태극기, 우드버닝 영웅 명패, 디지털드로잉을 활용한 냉장고 자석, 엽서를 시민에게 소개했다.
시청 1층 로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웃음 짓는 독립운동가 등신대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독립운동가 전시가 마련돼 광복의 의미를 쉽게 배우도록 했다. 판타스틱 큐브 외벽에는 부천시 노인복지관 어르신 40여 명이 그린 독립운동가 명언과 대한민국 희망 메시지 캘리그라피 작품이 걸렸다. 이 밖에도 가족 단위 시민을 위한 영화 ‘영웅’이 시청 어울마당에서 상영됐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오는 9월 14일까지 광복 80주년 특별전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진행한다. 전시는 △광복 이전 검열과 억압 속 만화의 흔적 △해방 이후 만화의 부활 △시대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했다. 좁쌀부대, 억세게 재수 좋은 소년, 약동이와 영팔이 등 당대의 삶을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오는 17일까지 매일 2회에 걸쳐 전시 연계 프로그램 ‘포켓용 독립운동 만화책 만들기’가 무료로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광복 이전 세대의 검열과 탄압속에서 자유가 억압된 시대를 한국최초의 만화가 실렸던 대한민보에 직접 먹칠 체험을 하며 느끼고, 이후 포켓북 형태의 만화책을 제작하며 광복절이 가진 의미를 배우고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다.
부천시는 아동 눈높이에 맞춘 웹툰 ‘부천 항일독립운동 이야기’도 제작해 배포했다. 부평농민조합 소작료 인하 투쟁 등 부천의 항일역사를 드라마 형식으로 담아 시 홈페이지와 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경축식 기념사를 통해 “부천시는 선조들의 용기와 뜻을 다시 다지며 ‘모든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시대정신을 시민과 함께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복 80주년을 맞아 부천 곳곳에서 진행된 공연, 전시, 거리행진, 챌린지는 과거의 기억을 시민 모두가 함께 나누고, 미래를 향한 약속을 세대와 공간을 넘어 이어가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부천시는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공감하는 축제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